불장에서 사람들은 과연 코스피를 이겼을까?
2020년 우리나라 코스피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후 반등으로 폭발하는 활화산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식투자로 너도나도 돈 벌었다는 이야기뿐이었고, 돈 잃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중 누적수익률이 코스피의 연중 최저점(2020년 3월 19일) 대비 상승률인 약 80.1%(2020년 11월 30일 기준)를 능가한 사람으로 따져보면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① 지점은 운 좋게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2020년 3월 19일입니다.
② 지점은 뒷북 치듯이 코스피가 낙폭을 절반 정도 회복한 2020년 5월 26입니다.
③ 지점은 최악의 운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직전 코스피 최고점을 기록한 2020년 1월 22일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진입 시점의 수익률과 2020년 처음 주식계좌를 개설한 사람들의 그해 11월말까지의 세대별, 성별 수익률 그래프와 겹쳐 보겠습니다
.수익률 25.98%로 세대별・성별 수익률 1등을 기록한 30대 여성 그룹조차도 코스피의 상승률에는 한참 모자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수 낙폭을 절반이나 회복한 상태에서 뒷북 치듯이 2020년 5월 26일 코스피에 진입했어도 약 28.6%의 수익률을 내며 30대 여성그룹의 수익률을 능가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2020년 1월 22일에 코스피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바람에 코로나19 위기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최악으로 박복한 투자자조차도 안 팔고 가만히만 놔뒀다면 그해 11월 말 기준 약 14.29%의 수익률로 중간은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나면 깜짝 놀라는 일관된 평타의 힘
재미 삼아 평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비유를 준비해보았습니다.
2008년 올림픽 남자 양궁 8강전의 평균점수는 240점 만점에 216점입니다. 한국팀은 8강, 준결승, 결승 모두에서 최소 221점 이상을 냈고 224점의 높은 평균점수를 냈습니다.
여기에 ‘알파고’라는 가상팀이 합류하여 아홉 개팀이 대결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알파고팀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폭풍이 부나, 눈병이 나나, 팔이 부러지나 항상 나머지 여덟 개팀의 평균점수인 216점을 쏴 맞춥니다.
내일 열리는 아홉 개팀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요? 누구나 한국팀을 선택할 것입니다. 한국팀은 여덟 개팀의 평균인 216점보다 항상 높은 점수를 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1년간 365번 대결을 펼친 후 그 합계로 승자를 가린다면 어느 팀을 고르겠습니까? 또한 10년 간 3,650번 대결을 펼친 후 그 합계로 승자를 가린다면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요?
심지어 알파고팀은 훈련은 1도 안 하면서 괴물같이 끝도 없이 평균점수를 따냅니다. 우직한 평타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평균 회귀의 법칙
투자의 세계에서는 블랙홀처럼 강력한 힘인 ‘평균 회귀의 법칙’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초반에는 누군가 고수익을 내며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한참 뒤처진 것 같지만, 투자가 계속될수록 최종 수익은 결국 평균에 수렴해간다는 의미쯤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미디어인 마켓와치Market watch는 ‘투자 뉴스레터’에서 추천한 수백 개 포트폴리오의 그해 수익률과 그다음 해 수익률을 조사한 분석을 발표합니다.
내용을 보면 특정 연도에 상위 20%의 수익률을 냈던 포트폴리오가 다음 해에는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33.4% 하락했습니다. 또한 특정 연도에 하위 20%의 수익률을 냈던 포트폴리오는 그다음 해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32.9% 상승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평론가인 버튼우드가 발표한 수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2013년에 실적이 상위 25%에 속했던 펀드 중 다음 해에도 상위 25%를 유지한 펀드의 비율, 그중 그다음 해에도 상위 25%를 유지한 펀드의 비율을 조사하고,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상위 25%를 유지한 펀드의 비율을 발표합니다.
충격적이게도 2013년에 실적 상위 25%였던 펀드 중 2017년까지도 실적이 상위 25%를 유지한 펀드는 0.3%에 불과합니다. 수익률이 높이 치솟는 듯한 펀드도 그 실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이 만약 이러한 ‘평균 회귀 법칙’을 깨닫는다면 주변 사람들의 높은 수익률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묵묵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치고 나가는 듯한 사람들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매우 높은 확률로 평균 회귀하기 때문이지요.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평균’이라는 블랙홀을 맴돌며 분투합니다. 그 바람에 불필요한 에너지와 비용 소모(매매비용, 펀드수수료)도 많이 합니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아무런 고생 없이 평타를 치고, 펀드수수료도 매우 저렴하여 쓸데없는 비용 소모도 없습니다. 잦은 매매비용과 펀드수수료 등으로 야금야금 자산을 까먹고 있는 투자자들에 비해 이미 한 발짝씩 더 앞서가는 셈이지요.
실제로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들과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그 대결의 결과입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S&P에서는 매년 SPIVAS&P Indices Versus Actice라는 통계를 발표합니다.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 중 시장 평균 지수 중 하나인 S&P500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통계입니다.
숫자로 접하니 더욱 와닿고 놀랍지 않은가요? 1년만 놓고 봐도 인덱스 펀드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가 63.17%나 되며, 5년간 지켜봤을 경우 약 78%의 펀드가 인덱스펀드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투자 기간을 늘릴수록 인덱스펀드의 승률은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즉 여러분이 가용자산을 전부 인덱스펀드에 올인하고 5년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78%의 펀드를 앞설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5년 이상으로 기간을 더 늘려보면 어떨까요?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인덱스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은 1970년에 존재했던 주식형펀드 355개를 2016년까지 시장평균지수와 비교분석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355개 중 281개의 펀드는 도중에 사라졌고, 29개는 시장 평균지수에 뒤처졌습니다. 또 다른 35개 펀드는 시장 평균지수와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승자라고 할 수 있는 나머지 10개 펀드 중에서도 8개는 시장 평균지수와 수익률 차이가 겨우 2% 미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덱스펀드를 확실하게 이겼다고 할 만한 펀드의 비율은 겨우 0.56%였습니다. 355개의 펀드와 맞붙어서 인덱스펀드가 기록한 승률은 약 97%입니다. 인덱스펀드가 일반펀드를 높은 확률로 앞지른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입니다.
주식시장에서 1등하는 가장 심플하고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는 매일 주식 시세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하는 것이라고는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나올 때 VTI(Vanguard Total stock market Index Fund, 미국의 전체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를 사는 것뿐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맥이 빠지나요?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이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먼 훗날 주변의 어지간한 사람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인덱스펀드는 사실 가장 과소평가되어 온 억울한 상품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덱스펀드는 시장 전체의 평균적인 수익이라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개발자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와전된 것입니다.
인덱스펀드의 개발자 존 보글은 수많은 자료분석을 통해, 이른바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펀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평균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방대하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평생에 걸쳐 인덱스펀드의 우월함을 분석하고 증명했습니다. 즉 인덱스펀드는 평타가 아닌 1등을 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인 것입니다.
워런 버핏은 2017년 연례주총에서 존 보글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투자자를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한 사람을 기리는 조각상이 세워진다면, 그것은 바로 존 보글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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